나는 강남 언저리에서 약속을 하면 핑계를 대고 잘 안 가곤 했다. 지난 10년간 열 번도 안 간거 같으니 정말 거의 간 적이 없다.(차로 거리를 지나친 거 제외)
강남이 불편하고 재미없고 영혼없고 .. 하찮지만 나름 내겐 중요한 이유였는데 아마 내가 강남에서 초중고를 다닌 8학군의 아이였기에 ​사실 강남이란 곳이 매우 익숙해서 이기도 할 것 같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어른이 되고 사회 생활하면서 만난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은 이상하리 만치 집념으로 강남을 좋아했다.
마치 무슨 강남에 사는 것이 지방에 사는 자기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자신이 잘 살고 있다는 척도처럼 보이거나 자기 만족 혹은 자랑인거 처럼 여기는 것 같이 보이기도 했다. 오히려 강남에서 자란 나는 강남이 싫은데 말이다.
다들 잘 약속 장소로 활용하는 강남역 언저리도 싫었고 삼성동 코엑스는 그냥 넓은 지하실이 었다. 압구정동도 청담동도 내게는 허세처럼 보였다.
하지만 며칠 전 몇 년전 함께 일어를 공부하던 모임에서 오랜만에 만남을 삼성 코엑스에서 갖는다기에 어쩔 수 없이 의왕에서 부터 준미를 몰고 갔다.
그런데 가는 길에 양재 화원 많던 그 곳에 성촌마을, 형촌 마을 등 이름이 새겨진 바위가 있는 뉴타운이 들어와 있었다. 선바위역에서 부터 양재 이마트 뒷 길은 아예 지도가 바뀌었다. 익숙하던 내가 길을 잘못 들 지경이니...
영어도 잘 못하는 민족임에도 별 일없이 잘 쓰던 국어 단어를 버리고 짧은 영어'단어만'  바꿔 쓰는 민족인데 그런 뉴타운 이름은 요샌 저렇게 한자어나 한글로 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도 유행이구나 했다. 
가령 내가 어릴때 부터 살다가 군 제대 할 때까지 살던 내 마음 속의 실제 고향 '서래마을'은 내가 초등학교땐 정말 못사는 아이들이 살던 그런 동네 였다.
어릴 때 강남 터미널 근처 아파트에 살던 내가 서래 마을로 이사 간다고 해서 난 같은 반 친구들에게 서래마을 산다는 걸 숨기고 싶었을 정도니 말이다.
그땐 서래마을이라는 동네 이름도 얼마나 촌스럽다고들 느꼈는지 정말 말도 못했다.
심지어 동네에 유일하게 다니던 시내버스 88번에는 '설해마을' 이라고 써있었고 나조차 (어리기도 해서이겠지만) 서래마을인지 설해마을인지 관심도 없었다.
암튼 동네 이름조차 세인들의 관심조차 없었고 동네 친구가 길에서 큰 도사견에 물리기도 해서 된장 바르고 있던 오지 같던 그런 동네다.
물론 당시에도 서래마을 윗 동네부터 함지박 사거리까진 아주 부자 동네이기는 했다만 만일 그게 요즘의 한국 식이라면 '로얄 타운' '그랜드 프레스티지 빌리지' 이딴 식으로 불리워졌을 거 같다. 그때도 프랑스인 학교는 있었다. 암튼 영어 못하는 영어 사대주의 국가로써 양재동 일대의 그린벨트 재개발 지역 뉴타운을  'xx 마을' 이라고 하는 것이 한편 가증 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서래마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어릴때 아버지랑 약수터에 가던 서초역 방면으로 가던 그 산 길이 '몽마르뜨 언덕' 이라고 이름지어진 걸 보고 길에서 빵 터졌다. 밤에 올빼미가 튀어나와서 거의 기절할뻔 했던 추억의 그 길이 몽마르뜨라니...아 ..밥 맛 없는 그 허세..좀 그러지 좀 마!!!! 하고 싶었다.

음 .. 삼성동 간 얘길 써야 하는데 말이다.
강릉에 있는 테라로사 커피가 코엑스안에 있다해서 신기했다.
테라로사 커피는 일단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에겐 유명했던 곳이고 한동안 미국의 에스프레소 머신이자 현재의 WBC 공식 머신을 제공하는 시네쏘의 머신을 국내 최초로 수입했던 곳이다. 현재 삼성동 코엑스 테라로사 매장도 시네쏘 머신을 사용중이 었다. 사실 원랜 이태리 머신들이 대세이자 원조인데 미국 머신이 대회 공식머신이 되었단게 재밌는 것 같고 현재 종로의 뎀셀즈브도 라마르조꼬 4구에서 현잰 시네쏘 3구 머신으로 바뀌어 있는 걸로 안다.
오래 전에 한국 커피 1세대라고 불리는 누가 정했고 왜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3박1서' 그 중 '박 이추 선생'께서 동해안에 보헤미안이라는 커피숍을 하시면서 로스팅도 하시고 계신데  이 테라로사 .. 어쩌면 이 2군데 커피 덕에 강원도에 좀 뜬금 없는 '강릉 커피 축제'라는 게 생겼을 것이다. 암튼 ...껀 수가 생기면 그냥 넘기질 않아요들..
사실 테라로사 커피가 맛은 있으나 강릉에서 커피 먹자고 한시간 반을 기다리는건 아무리 커피 매니아라 해도 웃기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얼른 네비 찍고 가까운 스타벅스를 찾아가시길.
여긴 베이커리도 직접 하고 커피도 로스팅 부터 머신 수입, 생두 수입도 직접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일단 그렇다면 동네 카페하는 수준이 아닌 비지니스 측면의 사업 수완이 아주 좋은 곳 인거 같고 어쩌면 지금 서울에서 한풀 이상 꺾인 한물간 코엑스 같은 곳에 그것도 지하가 아닌 1층에 매장을 낸 결정도 그 결정의 일환으로 보인다.
장사만 잘 되면 되지 뭐...했는데 우리 민족의 이 급속한 커피 사랑은 정말 .. (뭐든 확 올라오는 것은 다 그랬다만)
코엑스 매장 서문 쪽으로 나가면 맞은 편 도로 이면엔 '말리 커피' 라고 있다.
여긴 밥말리 가족이 한다나...암튼 밥말리는 죽어서 브랜드를 남겼고 가족과 후손을 먹여 살리고 있다.
자메이칸 스타일의 가방과 모자들 그리고 이미 오래전 부터 있던 뱅앤올슨에서 만들어 파는 밥 말리 이름이 들어간 헤드폰 이어폰들.
그럼 정작 중요 해야 할 커피는?
이 곳 말리 커피는 원두는 한국에선 보편적인 강배전 로스팅이 었는데 기름기가 많은 편이라 좀 느끼했다. 아마 원두가 오래됐거나 자메이칸 스타일 커피가 원래 이런지 암튼...호두 기름처럼 그랬다. (이 곳 아메리카노 얘기다)
아프리카의 커피는 얼마전 통의동 자하문길에서 먹어보고 쓴 아프리카노를 차라리 권하고 싶다.
말리 커피는 책상들이 모두 콘센트가 있고 심지어 usb단자도 같이 있기에 말리 공부방 , 오피스로 활용도 가능한거 같다. 슬프게도 이게 커피보다 장점이다.  


가방은 하나 갖고 싶긴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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