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 고향은 지금의 성수동... 음 ...원래는 그냥

그러니 아들인 나 역시 본적지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그래 그냥 도.

6.25때 행불이 되셨다는 내 조부님도 ..조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그럼 이미 조선시대.

그래서 누군가 내 고향을 물어보면 고향은 뚝섬 / 뚝아일랜드라고 말한다.

사실 해방 전까지 뚝섬은 서울이 아니라 경기도 였다.

당시엔 지금의 압구정동까지 경기도 시흥이었다고 하니 분명 뚝섬도 '경기도'의 떨어져 나간 섬 '뚝도' 였을것이다.

당시 뚝섬에서 ㄷ 자 모양의 한옥에 살던 큰 집에 가면 경마장 입구를 볼 수 가 있었다.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당시 어린 나는 그 앞에서 줄을 선 아저씨들이 그저 말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생각을 했었고 내 아버진 큰 집의 용달차로 경마장 근처에서  운전연습 해보기도 하셨던 기억이 난다.

과천 경마장은 그 후 89년도에 생긴거라 한다.

인터넷에서 구한 사진인데 뚝섬경마장에서 찍은 사진이란다. 저 초딩 저학년으로 보이는 꼬마 아가씨는 88년도 사진이니 지금은 30대 중,후반이나 되있겠다.


뚝섬의 원래 경마장 자리는 현재 공원으로 조성 되어 있고 주변에는 요새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예전에 강수연 문성근이 나왔던 영화 '경마장 가는 길'의 그 경마장은 '뚝섬 경마장'이었던 것이다.

과거 조선 시대엔 4대문 안이 서울(한양)이 었고 그 안에 서울 사람들이 사셨을텐데  ..  사실 그 분들이 진짜 서울사람들.

진짜 서울 사람이라는게 뭐가 있겠냐만 일단 서울 사투리들을 쓰는(혹은 썼던) 사람들과 서울식 반찬을 해먹는 사람들이 서울사람들 일 것이다.

서울 사투리라고 하면 서울에 사투리가 있냐고 묻는데 서울도 사투리가 있다.

내가 기억하는 서울억양을 가진 사람은 예전 두산과 한화의 야구 감독인 김인식 감독 , 탤런트 주현 아저씨가 서울 억양을 가지고 있다.

~걸랑.. 이것도 서울 사투리걸랑...

한때 추노인가 TV 드라마에서 형을 "언니"라고 불렀는데 이거 역시 서울 방언이다.

정말 형을 언니라고 불렀었고 내가 어렸을때는 그렇게 자기 형을 언니라고 부르던 아버지의 친구 아들이 있었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 여기 가사 속 언니는 여자들이 말하는 그런 언니가 아니라 성별 구별 없이 손 윗 사람을 통틀어 '언니'라고 말한 것이다.

서울 사투리는 계란을 겨란이라고 했던 것과 고린내를 고랑내라고 하는것 껍질을 꺼풀이고 하는 것 구멍을 구녁이라고 하는것 가장자리를 가생이라고 하는것 그릇이나 종지를 종재기라고 하는것 등등이 내가 어릴 때 내 아버지가 쓰시던 서울 사투리 들이다.

이 누님의 말은 서울사투리인데.  "공부를 해가지고요" ... ~~ 이런 말은 요새 어린 친구들은 사용하지 않는다.

어쩌면 토박이 서울 사람들 입장에선 어쩌면 불행하게도 '수도 서울' 인 관계로 다른 지방 사람들이 넘쳐나기 시작하면서 서울 고유의 모습과 문화등은 점차 섞이고 희석되며 많이 사라졌다.

내 모친은 경상남도 출신이신지라 나 역시 음식은 경상도식 음식과 반찬이 익숙하다.

예를 들어 내 어머닌  아버지와 결혼 전까지 만두라는 음식을 해먹은 기억이 없다하시니 '전라도'나 '경상도' '충청 이남' 지방에선 만두라는 음식 자체가 명절에도 아니 그 밖에 등등 먹을 일이 없는 음식이 었던 것이다.

80년 대 중반 내 아버진 직장 일로 2년간 전라북도 전주에서 일을 하셔야 했는데 당시 내 아버진 전주에서 중국집 군만두 외엔 만두를 파는 곳이 없다고 하셨다. 당시는 우리나라에 냉동 포장 만두라는게 막 등장하던 시기였다.

그러니 요새 전주 한옥 마을 근처에서 관광객들이 만두집에 줄을 서서먹는 그 만두가 내 입장에선 웃기단 생각이 든다.

물론 전주에서도 만두를 팔 수도 먹을 수도 있는데 재밌는 지점은 어느 이들은 만두가 마치 음식을 잘하는 전주의 고유 음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웃기단 말이다.

일단 경기 북부에서 먹던 만두는 한옥 마을에서 파는 '새우 만두'니 혹은 대구에서 파는 '납작 만두'니 하는 그런 별종은 없다.

부추가 많이 든 '고기 만두' 와 '빨간기가 많이 빠진 김치 만두' 가 서울에서 해먹던 만두였다.

피가 얇아 진 것도 그나마 서울, 경기 얘기인 것이고 사실 더 이북 쪽으로 갈수록 찐빵 같다고 한다. 

만두 없이 떡만 든 떡국은 입에도 안 대시는 아버진 어린 내게 '넌 이 다음에 만두 잘 빚는 여자랑 만나라" 라고 하시곤 명절 때마다 만둣국을 드시면서 어머니를 갈구셨다.  그럼 그 얘긴 요새에 생각해 보면 탈북여성이나 , 서울, 북 경기, 강원도 출신을 만나라는 얘기다.

(근데 인종적으로도 어느 대륙이던 북쪽 으로 갈수록 남자던 여자던 인물은 좋다) 

내 어머닌 지금은 정말 만두를 잘 만드시는데 그러나 연세를 많이 드시고 혼자 명절 음식을 하시느라 요샌 잘 못하신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제가 못 도와드려서 죄송합니다.  

새로 담근 김치 겉절이에 참기름을 따라서 먹는 모습이라던가 무 김치등에 삶은 오징어를 채썰어 넣는다 던가 하는 음식들은 서울 혹은 강원도 일부에서나 볼 수 있는 음식들이다. 

이런 거 파는 곳이 얼마전 까지 서울 종로구 원남동에 하나 있었다.

작년 가을에 찾아 갔더니 간판도 바뀌고 주인이 바뀌었다.

뭔가 하나 큰 걸 잃어 버린 기분이 들더군...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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